기성용 레전드 등장인물, 10년 지하철 트라우마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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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레전드 등장인물, 10년 지하철 트라우마 고백
기성용(36, 포항 스틸러스)이 국가대표 시절 가장 어두웠던 순간을 직접 꺼내 들었다. 화려한 커리어 뒤에 숨겨졌던 ‘지하철 트라우마 10년’ 고백은 축구팬과 대중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그는 최근 유튜브 채널 ‘캡틴 파추호’에 출연해 대표팀 시절 부진과 비난의 무게를 회상했다. “지하철 객차 뉴스에 ‘북한전 졸전’ 멘트가 나왔는데, 동점골 넣고도 너무 창피해서 다음 역에서 바로 내렸다. 그 뒤로 10년 동안 지하철을 못 탔다 ㅠㅠ”라고 털어놓으며 당시의 심리적 충격을 생생하게 전했다.
기성용은 광양제철중–금호고 시절부터 ‘호남에서 볼 좀 차는 애’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일찍이 재능을 인정받은 유망주였다. 2004년 U-16 대표팀에 승선하며 태극마크를 달았고, 이후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2008년 6월 7일 요르단전에서 A매치 데뷔 꿈을 이뤘다. 그러나 태극마크의 무게는 생각보다 배 이상 육중했다. 커리어 두 번째 A매치였던 2008년 9월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북한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한 경기가 그의 커리어 분기점이었다.
당시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홍영조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줬고, 기성용이 감각적인 발리 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아내며 승점 1을 챙겼지만 경기 내용은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적지가 아닌 중국에서 치른 ‘중립경기 성격’과 북한의 수비 위주 운영에 말려 경기 주도권을 잡지 못한 대표팀은 졸전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언론은 연일 대표팀 경기력을 질타했고, 선수단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소속팀으로 급히 복귀했다.
기성용에 따르면 자신의 데뷔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조차 관중 1만1천 명 수준에 그쳤다. “올림픽 경기 뛰는 느낌이었다 ㅋㅋ”라고 회고할 만큼 당시 대표팀을 둘러싼 공기는 냉랭했다. 비교하자면, 2025년 마지막 A매치였던 가나전 관중은 3만3천 명을 넘겼고, 10월 파라과이전 관중 2만2천 명 규모로도 위기론이 거론됐다. ‘상암 1만 관중’은 당시 여론의 싸늘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숫자였다.
그는 북한전 동점골에 대해 “운이 좀 따랐다. 그때 북한이 축구를 잘했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라며 겸손하게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내 골 덕에 허 감독님이 생존에 성공하셨다 ㅋㅋ 지도자 생명 연장하셨다(웃음)”라며 특유의 농을 섞었지만, 그 말 끝엔 분명한 진심이 묻어 있었다.
‘레전드 등장인물’ 기성용의 고백은 화려한 경기 장면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축구 서사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줬다. 경기장 밖의 시선, 비난의 공기, 그리고 선수 한 명의 마음이 흔들린 순간까지. 그가 다시 꺼내 들 수 있었던 이유는, 그 10년의 공백을 지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K리그 팬들에겐 그의 축구가 더 이상 부끄러움이 아닌 자부심으로 읽히길 바라는 마음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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