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5세트 19-17 혈투…한국전력, 삼성화재 꺾고 4위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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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5세트 19-17 혈투…한국전력, 삼성화재 꺾고 4위 점프
티켓값 이상의 서사였다. 12월 23일 수원체육관을 가득 채운 관중들은 “티켓값 다 뽑았다 ㅋㅋ”라며 탄성을 터뜨렸다. V리그 역대급 5세트 혈투가 시즌 최장 경기 신기록과 함께 코트를 뒤흔들었다.
한국전력은 23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홈 경기에서 삼성화재에 세트 스코어 3-2로 역전승했다. 1세트 25-27로 출발부터 균열이 있었고, 3세트 23-25로 다시 뒤집힌 흐름 속에서도 4세트 25-15로 응답하며 승부를 원점(2-2)으로 돌렸다. 그리고 5세트, 19-17의 최종장. 그 2점은 투혼과 집중, 그리고 한 방의 차이였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베논이었다.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도 35득점을 폭격한 그의 경기력은 ‘철인 서사’ 그 자체였다. 강타는 날카로웠고, 서브 에이스 2개 포함 4득점을 올린 5세트 전반의 퍼포먼스는 경기의 기조를 만들었다. 1세트 중반까지 베논-김정호 쌍포에 전진선의 블로킹과 김정호의 서브 득점까지 터지며 16-14 리드를 잡았지만, 김정호의 부상 이탈은 경기 서사의 변곡점이 됐다. 삼성화재는 아히-김우진-도산지의 2단·2단 오픈 공격으로 응수, 듀스 접전 끝 27-25로 1세트를 따냈다.
2세트부터 한국전력의 플랜은 달라졌다. 박승수를 빼고 윤하준을 투입한 선택은 정확했다. 윤하준은 블로킹 포함 연속 2득점으로 16-12 점수 간극을 벌렸고, 서재덕·전진선·신영석의 삼각 구조 속에 절묘하게 녹아들었다. 25-19, 균형의 재건이었다.
하지만 3세트는 다시 삼성화재의 시간이었다. 아히는 서브 에이스 3개 포함 4득점으로 24-21 세트 포인트를 만들며 한국전력의 목을 조였다. 24-23까지 추격당한 순간도 있었지만, 김준우의 속공으로 25-23 마침표를 찍었다. ‘연패 탈출이 보인다’는 공기가 코트를 지배했지만, 한국전력은 흔들리지 않았다.
4세트의 키워드는 ‘높이와 디테일’이었다. 베논과 윤하준, 서재덕, 정성환이 함께 만든 13-8 리드는 18-10까지 확장됐고, 정성환의 서브와 신영석의 블로킹은 ‘간극을 지우는 블록 체계’로 완성됐다. 25-15, 코트의 균형을 넘어선 장악이었다.
5세트는 그야말로 드라마였다. 한국전력은 14-9 매치 포인트까지 도달했지만, 삼성화재는 아히의 강서브와 상대 범실을 타고 14-14 듀스로 재점화했다. 범실과 범실의 맞교환 속에서도 베논의 백어택 2개 포함 3득점, 양수현의 속공 득점은 한국전력이 왜 ‘위기의 팀이 아닌’지를 증명했다. 마지막 랠리에서 아히의 공격 범실이 나오며 19-17로 경기는 종료됐다. 삼성화재의 끈질긴 저항은 승점 1점 확보로 보상받았지만, 연패의 마침표까지는 닿지 못했다.
한국전력은 이날 승리로 승점 2점을 추가, 9승 7패(승점 24)로 4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반면 삼성화재는 김상우 감독 사퇴 이후 첫 경기에서도 11연패를 이어갔고, 승점 8(2승 15패)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9-14에서 듀스를 만든 저력만큼은 팬들에게 지워지지 않을 희망으로 남았다.
경기의 아픔과 희망이 동시에 존재한 밤. 수원체육관은 숫자 이상의 감정으로 가득했다. 이제 팬들이 바라는 건 단 하나다. 한국전력의 점프가 ‘반등의 시작’이길, 삼성화재의 듀스가 ‘부활의 예고편’이길. 그리고 V리그의 겨울이, 더 뜨거워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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